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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영어강사

"돼지가 하마 흉내."

Phonics는 알파벳, 단어가 가진 소리를 알고 발음할 수 있는 기초 영어 학습이다.

 

A, A, apple 에, 에, 애플

Q, Q, queen ㅋ, ㅋ, 퀸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소리 내어 A부터 Z까지 26개의 알파벳을 배우는 나이는 한국 정규 교육과정상 초등학교 3학년.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유치원 다닐 때나 가정에서 기본 알파벳을 배우고,

미취학 아동들이 학교보다 학원에 먼저 들어가 파닉스를 '뗀다.'

 

수업에 사용중인 교재. 5권까지 있다.

아직까지 받아쓰는 과정은 불가능하여 짧은 교습이 끝나면 아이들은 점자를 따라 알파벳을 '그린다.'

노래도 부르고, 색칠도 하고, 듣고 해당 알파벳에 동그라미도 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게임.

 

보통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1. 그림/단어 카드를 교실 곳곳에 숨겨진 카드를 찾고 발음해보는 게임

물론 많이 찾고, 올바르게 발음한 학생에게는 스티커가 되는 포인트가 주어진다.

등원하기 전에 강사가 카드 숨기는 게 여간 귀찮지만 아이들이 좋아한다.

 

2. 한 학생이 몸으로 단어를 설명하면, 다른 학생은 해당 단어를 소리치는 게임.

Reading과 Speaking을 연습할 수 있다. 시간을 재어 팀 대항전으로 하면 올림픽 결승전 못지않다.

심판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게 시간 체크와 발음의 정확도 판명이 중요하다.

 

ⓒSmart Phonics 1_Esmartcampus

상대적으로 고학년인 학생이 hippo를 과장하여 몸으로 흉내 내고 있을 때,

엊그제 학교에 들어간 학생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바보 같아. 돼지가 하마 흉내 내고 있네."

 

교실 앞에서 카드를 들고 있던 내가 들었으면 모두가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고속도로 정산소를 지나고 차선들이 합쳐질 때, 왼쪽과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빠르게 보며

차가 들어갈 타이밍을 보는 것처럼 나는 빠르게 생각하여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① 게임을 멈추고 아이의 실언을 바로 잡는다.

② 수업이 끝나고 실언한 아이가 고학년생에게 직접 사과하게 한다.

③ 실언한 아이만 쉬는 시간에 불러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친다.

④ 아직 어려서 실수한 것이니 마음에 담아주지 말라며 이야기한다.

 

모든 선택에는 정서적, 교육적 결함이 있으며 나의 역량은 한없이 모자랐다.

모자란 나는 '돼지, 하마' 발언 2초 내에 결국 ⑤를 선택하였다.

⑤ 못 들은 척 넘어간다.

 

글을 쓰는 오늘은 일요일. 이 사건의 발생은 이틀 전인 금요일.

내일 출근해서 추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부모님께 전화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르겠고 나는 부족하다.

월, 수, 금 출근하여 하루 5시간 정도만 수업하는 파트타이머인 나는 풀타임 강사들과의 교류가 적고 어렵다.

또 혼자 고민하여 행동하여 실수를 예민하게 후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