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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How I Met Your Family

주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나이가 아주 어린 학생들에 대한 에피소드 공유를 마치고

내 지인들과 입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가정교육의 중요성이다.

 

가정에서 사랑받고 있는 아이들은 빛이 나고 상대를 사랑할 여유가 있는 듯하다.

중고등학생일 때 집에 놀러 온 친구가 돌아가고 난 후, 엄마는 저 친구는 얼굴에 그늘이 있네라고 말씀하신 적이 몇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받는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빛이 비교적 그렇지 못한 가정의 아이에게서는 고갈되어 그런 걸까.

이제 나도 엄마가 보던 얼굴의 그늘이 있는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정에 대해 생각해보니 미국인 남편과의 가정문화 차이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아래 네 개의 에피소는 달라서 재밌기도 하지만 동시에 씁쓸하게 하기도 한다.


결혼식에서 함께 입장하는 남편과 부모님

 

1. 첫 만남

 

내가 남편의 부모님을 처음으로 만난 곳은 미국 플로리다였다.

남편과 함께도 아니고 나 혼자 부모님 집에 가서 5일 동안 같이 살았다.

미국에 잠시 나갈 일이 있었는데, 이왕 나간 김에 홀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배낭여행을 하였다.

그리고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휴가로 집에 올 계획이었고,

시간이 조금 뜬 나는 그냥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남자친구네 부모님 댁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미국 가족은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연락하자마자 만나게 된다니 기쁘다며 반겼다.

나와 남자 친구의 입장이 반대였다면 남자친구는 우리 부모님 댁에 혼자 가서 같이 지낼 수 있었을까?

 

 

2. 외모 관련 코멘트

 

지금도 남편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면 항상 첫마디는 외모 관련 코멘트이다.

 

전에 비해 살이 조금 쪘으면 신혼생활 즐겁나 보다며 내가 잘해 먹이는지 물으셨다.

반면 살이 조금 빠졌다면 내가 평소에 밥을 잘 해먹이지 않는지 물으신다.

 

남편이 살이 찌거나 빠지는 것이 왜 나에게 화살로 되어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도 일을 하고 남편도 일을 하기에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서 같이 먹고,

시켜먹거나 사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놈의 "밥 잘 챙겨주고 있어? 아침은 해서 먹이고?"

알아서 먹겠죠.

 

 

3. 남자는 하늘?

 

오 년 전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한산한 1호선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면 불같이 화를 내실 것 같은 분이 탑승하신 후 엄청난 성량으로 외치셨다.

"남자는! 하늘입니다!"

 

할머니의 손녀, 손녀사위 맞이 밥상

일주일 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뵈러 부산에 내려갔었다.

1시 30분에 도착한다고 말씀드렸는데 할머니께서 12시, 12시 25분, 1시마다 전화해서 어디쯤이냐 물으셨다.

댁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한 식당에 방금 온 것처럼 한 상이 내어져 왔다.

 

할머니는 젓가락으로 김치를 먹는 남편이 예뻐 보였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귀하다는 작두콩을 김에 싸서 입에 계속 넣어주셨다.

옆에서 나는 흐뭇해져서 왜 남편 먼저 주고 나는 나중에 주시냐고 물었더니

"남자잖아."

아, 정말 분위기 훈훈하고 좋았는데...

 

밥 두 그릇씩 먹고 나와 걸어가는데 남편은 말했다.

"남자는! 하늘입니다!" 우씨, 진짜 죽는다.

 

 

4. 작은엄마, 큰외삼촌, 당숙부, 사촌동생...

 

남편의 부모님을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냥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나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호칭을 설명하는 건 참 어렵다.

남편은 한국에서 오래 살았어서 연애할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호칭이 더 다양해졌다.

막내 고모네 딸, 작은 외삼촌네 아들, 엄마 언니(이모)의 딸...

 

미국에서 결혼식을 했을 당시 우리 가족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 사돈 어르신인데 어찌 그러냐며 웬만하면 상대를 부르지 않고 나를 통해 대화했다.

저 건너편에 있는 남편의 할아버지의 이름을 크게 불러 손짓했을 때 '아니 얘가 진짜'라고 쏘던 엄마의 눈빛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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